2016년도가 지나가고 어느새 2017년 2월이 되어버렸다. 이미 회고라고 말하기엔 너무 늦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해야할 건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이런저런 계획을 많이 잡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로 안타깝게 정작 실천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이직, 새로운 일을 위해 배워야 했던 — 또, 현재도 배우고 있는 — 기술과 개발문화, 그리고 여러 네트워킹 기회까지. 작년에 제대로 쓴 글은 몇 개 되지 않아서 블로그 회고는 제외하고 2016년에 내가 경험한 것에 대한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이직
작년 초까지는 총 인원이 2,000명 정도에 개발팀 인원만 200명정도의 중견기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꽤 큰 사이즈에도 문화적으로 스타트업에 가깝고 팀원들도 워낙 친절해서 큰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었다. 약 2년 동안 풀스택으로 — 메인은 웹 프론트, 서브로는 백엔드 — 일을 하면서 JavaScript, CSS, Java, Python, SQL 등등 여러 언어를 사용했고 그러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아쉽게도 작년 회고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급하게 이직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만. 얼마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이직 준비를 했고, 친구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서 내 능력에 맞지 않을 정도로 좋은 회사의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작년 4월에 급하게 회사를 옮겨서 현재까지 일을 하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웹 서비스가 아닌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일이다. Java야 워낙 옛날부터 사용해 온 언어라서 따로 배울 필요는 없었지만, 안드로이드는 웹 애플리케이션과 바닥부터 전혀 달랐기 때문에 거의 전부 새로 다 배워야만 했다. 앱 개발 경험이 조금 있긴 한데 Microsoft에게도 버림받은 윈도우폰7/8 이기도 했고… 물론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보니 비슷한 컨셉도 있어서 약간의 도움이 되기는 했다. 인터뷰에서도 이 상황을 이야기했는데 이미 개발경력이 있어서 금방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큰 걱정은 안 하는 눈치였다.
새로의 회사에서의 적응
새로운 기술을 익혀서 일을 해야 하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일정 궤도까지 퍼포먼스를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3개월 정도를 기한으로 잡고 기본적인 안드로이드 개발을 배우고 회사의 개발 프로세스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안드로이드 개발이 처음인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보고 이해해야 할 기존 코드베이스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처음 얼마 동안은 그 복잡한 코드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마치 마법을 보는 것 같았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건든 적이 없는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개발 프로세스도 이전 회사에 비교하면 좀 달랐다. 같은 스크럼(Scrum)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이슈의 우선순위, 시간 배분, 스프린트 일정에 훨씬 더 공을 들였다. 또, 스프린트 회고(retrospect)도 꾸준히 하면서 이전 스프린트보다 조금씩이나마 나아지려고 고민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매니저도 미팅할 때마다 개발프로세스에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퍼포먼스에 관한 압박은 이전 회사보다 확실히 늘어났다. 이전 회사에서는 퍼포먼스를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일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내가 했던 일에 큰 문제가 없는 이상은 큰 압박은 없었다. 반면에 현재 회사에서는 데이터 기반으로 — 처리한 이슈의 양, 코드 리뷰의 양과 질 등등 — 내 퍼포먼스를 가늠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꾸준한 퍼포먼스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행히 다른 팀보다 온콜(On-call)이 별로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네트워킹
이미 meetup.com 같은 플랫폼을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개발자 그룹이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편한 한국어로 맘대로 떠들 수 있는 한국인 개발자 그룹에 참여하고 싶었다. 온라인에서는 이상한모임에서 꾸준히 활동을 계속 하고 있었지만, 역시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는 걸 생각하고 있었다. 시애틀 지역에는 IT 업계에서 일하는 한인들이 모이는 창발 이라는 모임이 있다. 예전에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가지 않았던 곳이었다. 이번 이직 후에 여러 의미로 오프라인 네트워킹에 관심이 생겼지만, 회사 적응을 마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해서 일단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회사 적응을 어느정도 되었을 쯤 처음 모임에 가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이 상당히 많았고 여러 회사에서 오신 능력자분들이 많으셨다. 심지어 이 동네에서만 20년 넘게 일하신 분도 있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과 조금씩 이야기를 하다가 아시는 몇몇 분을 만날 수 있었고 — 역시 좁은 동네.. — 자연스럽게 모임에 섞일수 있었다. 그러다가 쇠뿔도 단김에 뽑는다고(?) 12월에는 JavaScript에 관한 발표 까지 해버렸다. 부족한 실력이다보니 준비를 하면서 나에게 도리어 많은 공부가 되었다. 다행히 부족한 발표에도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들어주셔서 감사했다.
한국방문
연말에는 5년 만의 한국 방문 계획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2011년 여름에 다녀오고 나서는 비자문제와 회사스케쥴때문에 갈 기회를 못 잡고 있었다. 미국에 오고나서 직장인으로서 처음으로 가는 한국이라서 뭔가 기분이 색달랐다. 공항/비행기에서 스쳐지나가는 유학생들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약간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5년 만의 가족상봉에 3주가 조금 안되는 시간이라 시간은 상당히 빡빡했다. 미국 재입국을 위해 가장 중요했던 미국 비자를 빨리 처리해야했고, 또 미리 계획했었던 이상한모임 연말정산에도 참여했다. 온라인에서만 보던 분들을 직접 만났는데도 어색하지 않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짧지만 부족하나마 미국생활에 대한 발표도 했는데, 많은 분이 참석하시고 질문도 하셔서 미국으로 이직하고 싶은 분이 많으시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그 후에 출국 전까지의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가족을 위해 시간을 보냈다. 2017년 올해도 방문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5년 만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었으니까.
새해목표
작년처럼 언제 또 어떤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올해의 목표를 세워보기로 했다.
첫번째, 무엇보다도 안드로이드 개발 퍼포먼스 향상이다. 현재는 회사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안드로이드 개발 수업을 듣고 있다. 또, 회사에서 따로 쓸 일은 없지만 RxJava, ButterKnife, Dagger같은 것도 시간날 때 조금씩 보고있긴 하다. 이번 4월이면 회사에 들어오고 1년인데 이제 최소한 한 명 몫은 해야하지 않을까.
두번째, 작년에 하려다 하지못했던 블로그에 글쓰기이다. 작년에는 이직하고 적응에 한국방문까지.. 다른 일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여전히 해야할 게 쌓여있지만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서 써봐야겠다.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한 달에 하나라도 쓰는걸로…
마지막으로는 책 읽기. 정확히는 사둔 책 읽기이다. 작년 초에 급 지름신이 들어서 책을 한 무더기 샀는데 그걸 아직 다 읽지못했다. 거기다가 그 때 포인트 받은 걸 써야해서 이번에도 한 무더기 구매… 아마 내년에도… 추가로 리디북스에서 산 전자책도 있다. 에세이나 소설은 읽기 편해서 금방 읽는 편이지만 개발관련 책은 한줄 한줄 제대로 이해해야해서 읽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사실은 그냥 내 독서능력이 부족한 걸 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목표를 전부 달성할 수 있을지는 스스로도 의문이다. 하지만 꿈은 일단 크게 가져보는걸로 해야지. 내년에는 달성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있게 회고글을 썼으면 좋겠다. 여러분 정유년(丁酉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